우리 인간들은 삶과 죽음에 대하여 수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연 삶의 끝에는 죽음이 존재하고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죽음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이처럼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지며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선회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이런 저런 관념에 휩싸이기도, 떠밀려가기도 했었다. 어쩌면 삶을 살아내는 동안 그 수많은 관념들은 여명(黎明)처럼 언젠가 진리의 빛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저는 신앙은 갖고 있진 않지만 물질의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믿습니다. 무엇인가의 존재를….” 이는 히로시 스기모토(ひろしすぎもと, 1948~)라는 한 일본 사진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나 역시 비가시적인 무엇, 빗물질성의 그것을, 그것의 존재를 믿고 있다. 삶의 길목을 지나 죽음의 너머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어떤 세상과 세계가 있다고. 미지(未知)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고. 비록 손에 잡히거나 눈으로 담을 순 없더라도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의 문이 잠재의식 속에서는 열리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역사가 증명했듯이 현재 우리 인류도 죽음을 향해가고 있다. 제 아무리 영원불멸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맨다고 할지라도, 또 문명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의학과 과학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졌다할지라도 삶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길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어느 정도의 생명연장만 가능할 뿐. 그렇다면 영혼의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곳을 향해 가는가. 오늘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이 질문 앞에 서니 문득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썼다는 시 <삶과 죽음>이 바람결을 타고 속삭이는 것 같다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序曲)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偉人)들!

다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와서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바탕으로 표현해 보았다. ‘인간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이 생각을 하면서 양평 어느 산 속에 있는 한 공원을 찾아갔다. 그곳의 이름은 ‘별그리다 메모리얼 파크.’ 그곳에 갈 때면 윤동주 시인의 또 다른 시 <별 헤는 밤>이 연상된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약 3년 간 이곳을 떠올리며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에 젖어들었다. 그럴 때면 이 모든 것들이 한 순간 잡념이 되어 머릿속과 가슴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내 발걸음은 그곳을 향하고 그곳에서의 촬영은 하나의 일상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새벽, 아침, 낮, 밤 시간별로. 이처럼 계절과 시간이 바뀔 때마다 마음속에는 새로운 느낌들이 생겨났다. 편안하고 따뜻한, 마치 고향과 같은 느낌들이. 왜 그럴까?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어가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해봤고, 반대로 그게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오히려 자연은 어머니 품속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생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질문과 생각들은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이 장소를 기웃거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내 영혼이 물질 저 너머에 존재하는 무엇일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생각의 셔터를 누르며 하나씩 세상을 해석해 나가며 교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