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딸’, ‘팔방미인’, 가수 겸 뮤지컬 배우인 리사(본명 정희선, 34)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2003년 가수로 데뷔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받아온 그녀는 뮤지컬로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음악적 잠재력과 예술적 지형을 다져왔다. 그리고 그 지형은 화가와 교수로서의 행보가 더해지면서 여러 겹의 유연한 결로 단단해지고 있다. 이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창작의 뜰을 채색해가고 있는 그녀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외교관인 아버지 덕택에 독일, 스웨덴, 폴란드, 말레이시아에서 보낸 경험은 다양한 문화에 혼재된 관점들을 수용하면서 사고의 틀을 형성시켰고,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동양인’이라는 타자적 위치에 놓이면서 보이지 않은 편견을 느꼈다고 한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외벽을 두텁게 쌓아야 했던 그 시절, 그녀는 오로지 공부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림’, ‘노래’, ‘작곡’, ‘운동’과 같이 ‘새로움’에 대한 말 걸기였다.

 “어릴 때부터 예․체능은 다 좋아했지만 숫자만 보면 슬퍼지고 외면하고 싶었어요(웃음). 가수, 뮤지컬 배우는 그때부터 꿈꾼 거예요. 대학을 정하면서 이태리 디자인학교와 독일의 뮤지컬 학교에 지원했는데, 몸이 많이 아프게 되면서 한국으로 왔고, 홍대 미대에 들어갔어요. 그러고 보면 어떤 방식이든 남들에게 보여 지는 직업을 원했던 것 같아요. 저만의 선하고 좋은 에너지를 개발해서 함께 나누고 싶었던 거죠. 한마디로 ‘행복전도사’가 되고 싶었죠.”

 그녀가 그려온 ‘행복전도사’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명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작인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의 메시지는 그녀의 예술적 지향과 맞닿아 있다. 작품이 전하는 희망과 긍정 에너지는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치유의 공간이 되고, 무대 위의 그녀와 무대 아래의 관객들은 이 짜릿한 관객놀이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 있다. 그녀가 맡은 ‘해설자’라는 역할은 과거(성서 속 요셉 이야기)와 현재를 이어주는 따뜻한 이야기꾼이자 소통의 통로이다. 요셉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연을 통해 힐링을 주고받는다는 그녀는, 작품의 매력을 ‘메시지’와 ‘노래’로 꼽았다.

 “이 작품은 웨버가 열아홉에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영혼을 건드리는 다양한 장르의 넘버로 구성돼 있어요. 특히 해설자는 그런 음악적 다양성 속에서 따뜻한 감성을 전해야 해서 부담도 됐죠. 그러나 종교적인 것을 차치하고 ‘요셉’이라는 인물이 현 시대에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요즘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넘쳐나잖아요. 시각적 매력이 클수록 공허함도 배가 되는데, 밝은 것들이 낄 틈이 사라지는 거죠. 때문에 마음의 평안과 삶의 본질을 담은 작품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광화문 연가>와 <요셉 어메이징>의 초연배우로 활약한 그녀는 ‘초연’이 주는 책임감의 무게보다 기쁨과 설렘의 농도가 더 짙기 때문에 늘 반갑다고 한다. 이는 흰 눈길 위의 발자국처럼 누군가를 위해 열정과 진심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연작뿐만 아니라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에비타>에서는 죽음 앞에서 무력해진 인간의 욕망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어요. <영웅>에서는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구요. 사실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는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솔직히 독립유공자의 증손녀라고 해도 역사를 넘어 감정적인 부분까지 제대로 헤아리진 못했어요. 그런데 <영웅>과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얼개를 맞추듯 연결되면서 진정한 애국심을 깨달을 수 있었죠. 벅찬 감동을 느낀 경험이었어요.”
그녀의 첫 인상은 ‘새침함’과 ‘도도함’이지만 주변인들은 “좋은 틀에서 조금 깨는, 말괄량이 왈가닥”으로 본다고 한다. 이러한 반전 매력과 매사를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는 관계 맺기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요셉’의 곁에서 때로는 엄마, 때로는 친구, 때로는 조력자의 마음으로 작품 전체를 감싸고 견인하면서 이타적 감성의 꼴라주로 몽타주하는 그녀는, 요즘 들어 ‘감사’와 ‘진심’을 자주 새긴다고 한다. 스스로 열망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사람들의 사랑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역동적인 삶의 에너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좌우명이 ‘진정성 있게, 진심으로 살자’인 것도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내가 느끼고 하는 일이 무엇이든 진심이 가장 중요해요. 일, 사랑, 사람과의 관계 모두 솔직함이 없다면 벽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예전에는 나만의 세계에서 스스로 닫아버리는 경향도 많았지만 뮤지컬을 하면서 그 벽이 점점 허물어졌어요. 별명이 ‘바른생활 어린이’일 정도로 정해놓은 룰에서 벗어나면 괴로워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서 낯을 가리는 편이었는데 많이 좋아졌구요. 그러고 보면 제 직업 자체가 ‘힐링잡’인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감사’와 ‘진심’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한 그녀는 앞으로 뮤지컬, 음반, 그림 등을 통해 삶의 캔버스에 멋진 스토리텔링을 펼쳐갈 것이다. 생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흔들리거나 기울지 않을 양팔저울의 균형점을 잘 맞춰나가고 있는 그녀의 생생한 수다가, 행복의 저울추가 문득 기다려진다.


글. 사진/ 김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