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큰일 났다.

 마음 같아선 비옥한 땅처럼 토실토실한 글을 적고 싶으나, 나는 초등학생 시절 그 흔한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도 입상한 적이 없다.

 “작가 아니셨어요?”

 서울 정독도서관의 어린이실에 있는 책 중 사전과 잡지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읽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작문은 다른 문제 같다. 참, 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1인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럼 평소 창업이나 출판에 관심이…?”

 사업자등록 1년 전만 해도 나는 그 분야에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럼 대체 왜 이 길을…?”

 어쩐지 극적인 계기와 세상을 바꾸겠다는 등의 명분이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말은 하나뿐이다.

 

 ‘어쩌다보니.’

 나는 말 그대로 ‘어쩌다보니’ 이쪽으로 흘러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령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작품으로 돈도 벌고 행복해지고도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그 다음은…? 첫 작품 <비비(悱悱)>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비비>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세상엔 애플의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대기업의 도움 없이 개인이 전 세계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좋은 게 생겼네.’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작품을 번역하고 곧장 앱으로 만들어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문법도 어휘도 엉망이었던 비비가 아무 홍보 없이 카테고리 16위까지 올랐을 땐 뿌듯했다.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앱을 삭제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울 만큼 커다란 실수였지만.

 다행히 그때 애플의 전자책 시장이 열렸다. 바로 아이북스(ibookstore)였다. 그래서 이번엔 비비를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전자책의 등록을 위해서는 ISBN이라는 도서 고유번호가 필요했다. 알아보니 한국에서는 출판사만 발급받을 수 있는 번호. 그래서 1인 출판사 등록을 했다. 회사 이름은 필명 아리아와 아트의 합성어인 아리아트로 정했다.

 그렇게 나는 청년 창업가가 되었다. 덕분에 창작자를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도 얻고 출판업계 분들과 교류도 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문광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어떤 하나가 다른 것을 물고 오고 또 그것이 다음 것을 물고 물어오는 연쇄작용. 아직 그 규모는 작지만,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현상임은 분명하다.

 이렇듯, 나는 느리더라도 착실히 그리고 꾸준히 전진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겠다는 최종 목표는 변함없이, 단 그것을 이루기 위한 중간 목표는 그때그때 변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꾸려가면서. 때문에 내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차기작 <비밀로>가 반가운 소식을 가져오길 기대하는 중이다.
 항상 기대와 조바심이 7:3 정도로 섞인 기분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유혹, ‘이래놓고 성공 못하면 진짜 억울한데’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 그래도 어떡하나. 오크통 속 와인이 되자며, 정체하거나 뒷걸음질만 안하면 된다며 불안한 자신을 달랠 수밖에.
작품 활동을 핑계 삼아 방에만 박혀 있다 보면 밖의 상황에 둔해진다. 계절의 변화는 공과금 고지서로 먼저 느낀다. 난방비가 오르면 겨울이 왔구나, 수도세가 오르면 여름이구나 하고.

 

 언젠가는 사계절을 온전히 즐기면서 지금을 회상하고 싶다. 그땐 그랬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