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3
[교양/종합] 햇빛요리식당에서 만날까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년 1월호)>
햇빛요리식당으로 오세요 - 핀란드 태양광 주방 레스토랑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 요즘, 그 실용 가능성을 높여보고자 여기저기에서 흥미로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태양광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는 식당이 있어 소개합니다. 핀란드 맥주회사인 라핀 쿨타(Lapin Kulta)에서 문을 연 ‘태양광 주방 식당’입니다.
요즘 외국에서 유행하는 ‘팝업 레스토랑(Pop-up Restaurant)’ 방식의 식당인데요, 팝업 레스토랑이란 말 그대로 장기간 문 열지 않고, 짧게는 하루, 혹은 일주일, 한 달 동안 새로운 장소에 문을 여는 식당을 뜻합니다. 요리사들에게는 부담 없이 신선한 메뉴를 짧은 기간에 운영하며 선보일 기회가 되고, 손님들은 진부하지 않은 메뉴로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해요. 이러한 특징을 살려 개성 있고 참신한 착상들로 문을 여는 팝업 레스토랑이 많다고 합니다. 핀란드에서는 해를 따라 이동하며 문을 여는 ‘태양광 팝업 레스토랑’이 열렸습니다. 요리전문가 겸 팝업 레스토랑 콘셉트 연출가로 유명한 안토 멜라스니에미(Antto Melasniemi)와 공간 디자이너 마르티 귀세(Martí Guixe)가 만나 만들었습니다.
이 태양 주방 식당의 흥미로운 점은 태양열에너지로 전기를 얻어 조리기기를 작동시키는 게 아니라 직접 태양광을 받아 조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리하는 동안에는 꼭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요, 해의 방향에 따라 태양광판 조리대를 움직여가며 요리해야 합니다. 해가 뜨지 않는 날은 문을 열 수 없겠죠. 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늘이 점지해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교양] 건전지가 다될 때까지 -<월간 에세이 (2013년 1월호)>
누구에게나 하루하루는 새로운 날들일 테지만, 엄마가 된 지금의 내게 그 하루는 더 이상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가 아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설레게 하는 첫 마음의 하루다. 마치 그와 첫 키스를 하던 그날처럼 1분 1초가 폭죽이 터지듯 꽃망울이 열리듯 두근거림의 순간과도 같다. 오늘은 아기가 온전한 한 톨의 밥알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을까, 오른발만 겨우 떼던 녀석이 왼발도 뗄 수 있을까, 엄마 말고 어떤 새로운 단어가 저 작은 입에서 튀어나올까.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엔 항상 그림자가 따라다니듯 이런 설레는 마음 뒤에는 근심, 걱정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미 밥을 먹어야 할 때인데 아직도 죽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아기의 발달단계에 맞춰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 건 아닌지, 아직 말은 못하지만 영어동요를 들려주고 듣든 말든 동화책을 읽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엄마인 나의 무지로 아기가 뒤처지는 건 아닌지 매일 내게 묻고 또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책 속에서 말기 암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5살짜리 어린아이가 한 말을 보게 됐다.
'전 제 건전지가 다될 때까지 열심히 살 거예요.'
우리는 모두 엄마의 뱃속에서 교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건전지를 받아 세상에 태어난다. 그 건전지가 언제쯤 다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기의 건전지가 엄마의 것보다 더 짧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못한다. 어쩌면 오늘 받은 엄마의 따뜻한 포옹이, 사랑이 가득 담긴 눈길이 아기에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고급 장난감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엄마의 몸이 아기에겐 더 갖고 싶은 장난감일 수 있는데,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비싼 옷보다 원래 한몸이었던 엄마의 보드라운 살결이 아기에겐 더 부비고 싶은 옷일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단 한 번 찾아오는 생의 건전지가 다 되는 날,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회 없이 사랑하고 싶다. 남편이 사줬던 비싼 선물보다 첫 입맞춤의 따스함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있듯, 추운 겨울날 날 안아주던 그의 품이 숨넘어가게 행복했던 것처럼 난 오늘도 온 마음을 다해 아기에게 사랑을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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