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l

가까운 곳부터…

‘아예 잘됐다’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새벽부터 우리나라 축구 응원으로 밤잠을 설쳐대, 일도 제대로 못 하기보다는. 그래도 12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아직 제 핏속에 남아 있던 터라 아쉬운 마음은 못내 가시질 않네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로. 아침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없던 약속 만들어 저녁 먹으며 술 한잔하고…. 애들, 부모, 회사, 나라 걱정, 그리고 또 다른 걱정들. 걱정의 끝은 늘 불면증인가요?

또한 평범한 일상이 무척 권태로와 보입니다.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삶이 그저 레일 위에 올라 어딘지 모를 종착역으로 굴러가는 무궁화호 열차 같아 보입니다. 뭔가 평범하지 않은 게 재미있고, 아주 일상적인 것은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탈(逸脫)! 이럴 땐 길이 아닌 길로 뛰쳐나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재미와 보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건 결국 깨어 있는 마음이 앞서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어느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입니다. 하물며 집 앞의 꽃들도, 골목길도, 직장 동료도 같을 수 없겠지요. 같아 보이는 외형(外形)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가는 재미가 결국 평범함 속의 지혜가 아닐까요.

그렇게 찾다 보면 어느 날, 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나 물건이 찬란한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이 나타날 것입니다. 기적은 아주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의외로 무척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오늘부터는 찬찬히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