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홍콩 사색
고전과 모던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여행지 홍콩으로 떠난 지진희. 고독한 가을의 정취와 마주한 그만의 낭만적인 여행 일지.
낮과 밤이 다른 홍콩의 풍경을 눈에 담아내기 위해 스타 페리에 몸을 실었다. 홍콩의 심장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하버의 침사추이와 센트럴, 침사추이와 완차이를 8분이면 오가는 스타 페리는 홍콩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그들의 바쁜 일상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선 홍콩 섬을 배경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감상하는 해 질 녘의 황홀한 풍광은 놓칠 수 없는 홍콩의 하이라이트다.
심플한 레드 재킷과 화이트 팬츠. 모두 로드앤테일러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EB http://www.starferry.com.hk/ 
특별한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층에 위치한 만다린 바버 숍을 찾았다. 고풍스러운 문이 열리면 1930년대 상하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르데코 양식의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리에 착석하자 상하이에서 온 이발사의 차분하고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완벽한 그루밍이 시작된다. 프라이빗 룸에서는 보다 아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버건디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의 모직 소재 슈트와 체크 패턴 타이. 모두 반하트 디 알바자 화이트 셔츠. 브리오니 클래식한 윙팁 슈즈. 유니페어
WEB http://www.mandarinoriental.com/hongkong/ 
품격 있는 남자의 첫 번째 조건은 몸에 꼭 맞는 슈트 한 벌이다. 60년 넘게 와이셔츠를 중심으로 맞춤 슈트와 기성복을 만들어내는 애스코트 창을 방문했다. 탕웨이의 남편이자 영화 감독인 김태용의 예복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양복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와이셔츠를 주문했다. 단 3일 만에 와이셔츠를 뚝딱 만들어내는 애스코트 창은 홍콩에 단기간 머무르는 신사라면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모던한 느낌의 그레이 체크 패턴 베스트와 팬츠, 화이트 셔츠, 세련된 도트 패턴의 보타이. 모두 브리오니 고급스러운 태닝이 돋보이는 레이스업 슈즈. 일모
WEB http://www.ascotchang.com/ 
2015.10.07 WEDNESDAY AM 11:30 at Soho Street
홍콩에 오면 자연스레 소호 거리로 발길이 닿는다. 패션과 예술, 음식 등 홍콩의 전반적인 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주인공처럼 한껏 분위기를 잡고 한참을 올라가다 엘긴 스트리트Elgin Street에서 멈춰 내렸다. 동서양이 어우러져 세련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엘긴 스트리트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맛집 투어를 시작했다.
모직 소재의 블루 더블브레스티드 슈트. 반하트 디 알바자 화이트 스니커즈. 하이드로겐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EB http://www.ilovehongkong.hk/soho 
홍콩 섬 빌딩 숲 사이로 유유자적 돌아가는 홍콩 대관람차를 올려다본다. 지난해 12월에 세워진 높이 60미터의 대관람차에 탑승하면 센트럴과 주룽 반도의 조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약 15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도는데, 내리려는 찰나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총 4회 회전하는 홍콩 대관람차는 사방으로 볼거리가 천지인 홍콩의 전망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홍콩의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보라색 꽈배기 니트와 팬츠. 모두 DKNY
WEB http://www.hkow.hk/ 
소호 거리를 한참 걷다 허기를 달래려 프린지 클럽에서 잠시 쉬어간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낡고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프린지 클럽은 1920년대 얼음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해 홍콩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다. 갤러리, 소극장, 레스토랑이 있으며 루프톱 카페에서 탁 트인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윈드햄스트리트Wyndham Street와 로어 알버트 로드Lower Albert Road가 교차하는 삼거리에 위치해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가슴에 교차된 스트라이프 패턴이 포인트인 브라운 니트. 타임 롤업한 라이트 베이지 팬츠. 스톤 아일랜드 두툼하고 푹신한 굽으로 편안한 착화감을 주는 브라운 스니커즈 가벼운 보스턴백. 모두 코치
WEB http://www.hkfringeclub.com/ 
트램에 올라탔다. 홍콩 섬 길목이 내려다보이는 2층 맨 앞자리로 이동해 통유리로 된 거대한 빌딩과 형형색색의 빈티지한 건물이 뒤섞인 거리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았다. 잔잔한 강물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트램에서 거리를 찬찬히 살피며 홍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느림이 주는 미학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화이트 셔츠와 면 팬츠. 모두 스톤 아일랜드 클래식한 트렌치코트. 알레그리 심플한 디자인의 화이트 스니커즈. 하이드로겐
WEB http://www.hktramways.com/ 
저녁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겼다.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아르마니 아쿠아는 일본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접목한 메뉴를 선보이는 퓨전 일식당으로 깔끔한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요리의 식감을 살리는 조명이 흥을 돋운다. 메인 요리 외에 샴페인 젤리 같은 디저트도 유명해서 가볍게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다.
화이트 셔츠. 반하트 디 알바자 고급스러운 페이즐리 패턴의 스리피스 슈트. 에트로 타이와 블랙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EB http://www.armani-aqua.com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은 호텔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긴 여정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스파에서 상하이식 전신 마사지를 받으니 몸이 노곤해지며 안정을 되찾았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유명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 아내에게 선물할 장미잼도 구매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동양미가 물씬 느껴지는 질 좋은 가구들로 꾸며진 객실에서 창밖에 펼쳐진 센트럴과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누린 여유로웠던 홍콩 여행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다.
흩뿌려진 페인팅 프린트가 돋보이는 화이트 셔츠와 데님 팬츠. 모두 아르마니 진
WEB http://www.mandarinoriental.com/hongkong/
<2015년 10월호>
에디터 양유리
포토그래퍼 유운상 모델 지진희 스타일리스트 이양숙 헤어 문현철(아우라) 메이크업 안희정(아우라) 촬영 협조 홍콩관광청www.discoverhongkong.com/kr 제품 협찬 로드앤테일러 02-515-1837 반하트 디 알바자 080-023-0888 브리오니 02-6905-3760 스톤 아일랜드 02-772-3566 아르마니 진 02-310-1326 알레그리 02-3479-6048 에트로 02-3479-1810 유니페어 02-1644-6190 코치 02-772-3133 타임 02-772-3302 하이드로겐 02-6959-7882
[출처] 더트래블러 The 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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