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はる

입춘

立春（りっしゅん）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 하지만 2월은 봄이라기에 아직 추운데 애초에 옛날 중국에서 정한 것이라 우리나라나 일본의 기후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입춘 전날인 ‘세쓰분(節分)’에 도깨비에게 콩을 던지며 액운을 몰아내고 볶은 콩을 먹으며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며 입춘날에는 두부를 먹으며 몸을 정화하는 풍습이 있다.

우수

雨水（うすい）

추위가 누그러지며 겨우내 쌓인 눈이 녹고 눈 대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꽁꽁 얼어 있던 땅이 녹고 물이 많아지며 슬슬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일본에는 3월 3일, 여자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히나마쓰리(ひな祭り)’라는 명절이 있는데 이때 장식하는 ‘히나 인형(ひな人形)’을 우수에 꺼내 놓으면 나중에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이 무렵은 매화가 개화하는 시기라 전국 각지에서 매화 축제가 열려 아름다운 꽃과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경칩

啓蟄（けいちつ）

날씨가 따뜻해지며 땅속에서 잠자고 있던 생물들이 깨어나는 시기이다. 경칩에는 특별히 먹는 음식이나 풍습은 없지만 우수에 장식한 히나 인형은 경칩 전에 치워야 혼기가 늦어지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춘분

춘분 春分（しゅんぶん）

봄의 중간 지점으로 이때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 일본은 춘분날(春分の日)이 공휴일인데 예로부터 이날에 왕실의 제례 의식이 열려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편 춘분날을 중심으로 앞뒤로 3일씩, 총 7일간을 오히간(お彼岸)이라고 하며 이 시기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이때 찹쌀밥을 뭉친 다음 팥소로 감싼 떡 ‘보타모치(ぼたもち)’를 먹는데 팥이 나쁜 기운을 물리쳐 준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청명

清明（せいめい）

기온이 조금씩 올라서 따뜻해지고 습도도 낮아 1년 중 가장 생활하기 좋은 시기로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청명에는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란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시기이다. 일본에서는 이 무렵 입사식, 입학식 등이 열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고 곳곳에 벚꽃이 만발해 만물이 소생하는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곡우

穀雨（こくう）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식을 파종할 때 내리는 비’라는 이름처럼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곡우가 끝나갈 무렵인 5월 초는 일본 고유의 절기인 ‘하치주하치야(八十八夜)’인데 이는 입춘에서부터 88일째 날이라는 의미로 한자 八, 十, 八을 합치면 ‘쌀 미(米)’자가 된다고 해서 한 해의 농사가 풍작이 되기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었으며 이 시기에 수확한 어린 찻잎은 ‘이치반차(一番茶)’라고 하여 이 차를 마시면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여름夏なつ

입하

立夏（りっか）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햇살이 강해져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선선한 날이 이어진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긴 연휴 ‘골든 위크(ゴールデンウィーク)’의 막바지이기도 한데 이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숙박비도 오르고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아 일본 여행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5월 5일에는 남자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축하하는 명절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가 있어 집안에는 갑옷과 투구, 밖에는 색색의 잉어 깃발인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를 장식한다.

소만

小満（しょうまん）

논밭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고 생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이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비가 잦아지며 일본 최남단의 오키나와(沖縄)에서는 이미 장마가 시작되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교복이나 유니폼을 하복으로 교체하는데 이것을 ‘고로모가에(衣替え)’라고 한다. 이 무렵 슈퍼마켓에서는 일본 체리(버찌)인 ‘사쿠란보(サクランボ)’를 볼 수 있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므로 여행 때 발견하면 꼭 먹어보기 바란다.

망종

芒種（ぼうしゅ）

芒(까끄라기 망)은 ‘벼나 보리 이삭에 나는 까끄라기’를 가리키는 말로 모내기를 하기 좋은 시기라는 의미이다. 남쪽 지방에서는 장마가 시작되어 점차 북상하는데 이 무렵에 한창때를 맞이하는 것이 바로 화려한 색의 커다란 꽃을 자랑하는 수국이다. 전국의 수국 명소에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더위와 장마의 불쾌함을 잊는다.

하지

夏至（げし）

하지는 1년 중 태양이 가장 북쪽에 있어서 낮이 가장 긴 시기로 도쿄(東京)를 기준으로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지와 하지를 비교하면 약 5시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며 이 시기는 농사일로 분주할 때라 특별한 이벤트가 없지만 교토(京都)에서는 하지 기간인 6월 30일에 삼각형 모양의 화과자 ‘미나즈키(水無月)’를 먹고 신사를 찾아 지난 반년간의 부정을 씻고 앞으로의 반년을 무사히 지내기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소서

小暑（しょうしょ）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며 점점 더워지는 시기이다. 소서의 시작인 7월 7일은 칠석인 ‘다나바타(七夕)’인데 가늘고 긴 색종이에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달거나 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 또한 더운 시기에 지인에게 안부를 물으며 선물을 보내는 ‘오추겐(お中元)’도 이 무렵(8월인 지역도 있음)이라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선물 세트를 볼 수 있다.

대서

대서 大暑（たいしょ）

‘크게 덥다’는 뜻의 이름처럼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이 무렵은 날씨가 덥기도 하고 모내기와 파종 등이 마무리되어 비교적 한가했기 때문에 각 마을에서 축제를 열었는데 지금도 대부분의 여름 축제(夏祭り)와 불꽃놀이 대회(花火大会)가 이 시기에 개최된다. 날씨는 덥지만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축제의 열기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일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