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역대급 폭염, 온열질환 급증

폭염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기상 현상이다. ‘더워 죽겠다’가 실제 가능한 것.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한 해로 기록된 2018년의 온열질환 사망자는 48명(총 온열질환자 수 4526명)이나 됐다. 폭염 일수가 역대급으로 길었던 1994년에는 9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올해도 큰 폭염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온 29℃ 넘으면 더위 피해야

의학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기온은 29℃부터다(국립기상연구소 조사). 기온이 29℃를 넘으면 더위를 적극적으로 피하고,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 폭염에 취약한 사람은 ▲실내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노인 ▲논밭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인 ▲임신부 ▲아동·청소년 ▲심혈관질환자다. 이들은 폭염에 노출되기 쉽고, 폭염에 노출됐을 때 체온 조절이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앓던 질환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여름(5월 20일~9월 30일) 온열질환자는 1564명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이중 9명이 사망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1256명(80.3%)으로 여자 308명(19.7%)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44명(22.0%)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81명(18.0%), 40대 246명(15.7%), 30대 176명(11.3%)이었다. 이중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27.0%를 차지했고, 인구 10만 명당 신고환자 수 역시 80대 이상 고령층이 6.4명으로 가장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몸에 생긴 문제를 인지하는 능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질환 종류는 열탈진이 809명(51.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열사병 315명(20.1%), 열경련 278명(17.8%), 열실신 119명(7.6%) 순이었다. 

일사병(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더운 곳에서 운동 등 신체적 활동을 열심히 했거나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심박동이 빨라지고 토할 것 같은 느낌, 어지러움, 두통, 경련,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물이나 이온음료를 주면 대부분 호전된다. 간혹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신속히 의료기관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일사병보다 위험한 열사병은 격렬한 신체활동, 밀폐된 공간에서 자주 발생한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고체온(40℃ 이상) 상태가 유지되며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특히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공간이나 더운 여름날 밀폐된 차에 갇혀 있는 경우 발생하기 쉽다.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따라서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젖은 수건이나 부채질 등을 통해 체온을 내려주어야 한다.

이 밖에도 땀샘의 염증으로 인한 열발진(땀띠), 발과 발목의 부종이 생기지만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열부종, 말초혈관 확장과 혈관 운동의 톤이 감소하여 나타나는 체위성 저혈압에 의해 실신이 발생하는 열실신, 땀으로 과도한 염분 소실이 생겨 근육의 경련이 발생하는 열경련, 불충분한 수분 섭취 및 염분의 소실로 인해 두통 등 다양한 온열질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너무 더우면 그늘에서 쉬세요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일단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로 이동하고, 수시로 물과 이온음료를 마셔주는 게 좋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인해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행히 온열질환은 조금만 주의하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폭염 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가능한 한 오후 시간대(12~17시) 활동을 줄인다. 활동이 불가피하면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검은 색보다는 흰색이나 파란색 등 밝고 헐렁한 옷을 입으면 더위를 조금 덜 탈 수 있다. 흡습·속건 기능성 소재는 바람이 잘 통하고 땀이 빨리 말라 더울 때 입기 좋다. 최근엔 시원한 촉감을 주는 기능성 소재로 만든 옷도 많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폭염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람의 몸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층은 심뇌혈관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청량음료보다는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청량음료와 같이 당분이 많은 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혈당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소변량이 많아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평소보다 탈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캉스 때 맨발로 다니는 것도 금지된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은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에 감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처를 입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발에 작은 상처가 나면 당뇨발로 악화돼 발을 절단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으니 야외활동 시 반드시 샌들이나 가벼운 운동화를 신도록 하자. 

만성콩팥병 환자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수분을 섭취하게 되면 부종이나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여,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이에 손실되는 수분에 맞추어 적절한 수분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신진대사율이 높고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따라서 폭염특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에는 지나친 신체활동이나 야외활동을 피하고, 어린이의 경우 아주 잠시라도 차에 혼자 있거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보호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로 수분 보충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손실된 후에는 수박, 참외, 자두, 오이 등 제철 과일과 채소로 수분과 당분을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제철 과일은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비빔밥이나 겉절이로 활용해 섭취하면 면역 증강과 살균 작용이 있다. 그러나 평소 위장이 약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다면 여름 과일의 섭취를 적당히 하고,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된 복숭아, 바나나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만약 충분히 쉬었는데도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 의식변화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열대야 해소를 위해 늦은 시간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킬 수 있으며,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PART 2

너무 차도 문제 ‘냉방병’

온열질환을 피하려고 찬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에어컨을 과하게 틀고 있으면 오히려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뜨거운 야외에서 더위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냉기와의 전쟁도 만만치 않다.

실내외 온도차 5℃ 유지

냉방병은 에어컨을 과도하게 틀어 실내외 온도가 5℃ 이상 차이가 날 때 발생하기 쉽다. 온도 차이가 커지면 우리 몸의 항상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체온 유지·위장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등 온몸에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가벼운 감기, 몸살, 두통, 소화불량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한 증상 외에도 쉽게 피로해지고 손발이 붓거나 몸이 많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냉방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냉방병 증상이 있다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충분히 쉬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실내외 온도차를 5℃ 이상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찬바람이 직접 몸에 닿는 것은 피하고, 사무실에서는 혈액순환을 위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자주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2~3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좋다. 자신이 냉방기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찬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에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막고, 마스크를 써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열대야에는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음주와 야식으로 이어져 수면의 질은 더욱 나빠진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풀리지 않고 계속 쌓이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 야식과 음주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 온도차를 줄여주면 잠자는데 도움이 된다. 에어컨은 잠들기 전후 한 시간 정도로 약하게 맞춰 작동시킨다. 

여름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찬물이나 얼음을 많이 먹는데, 이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우리 몸은 적정한 체온 유지를 위해 여름에는 체내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주변의 높은 온도로 덥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정작 몸속의 온도는 낮다. 이미 차가워진 몸속에 더 차가운 음식을 계속 넣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여름철 유독 아이들이 배앓이를 많이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너무 찬음식 대신 따뜻한 음식을

더위가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얼음물보다는 미온수를 마시고, 찬물도 벌컥벌컥 마시기보다는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넘기도록 하자. 맹물 대신 탄산음료를 많이 찾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갈증만 더할 뿐이다. 단 음료보다는 오미자차나 구기자차를 시원하게 마시거나 체내 염분 보충을 위해 죽염을 한 스푼 타서 마시면 여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생강이나 마늘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먹어도 좋다. 

족욕이나 반신욕도 체온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여름철에는 주로 샌들 등을 신고 양말을 신지 않기에 발이 차갑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온종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더욱 증상이 심해진다. 이때 찬물로 샤워를 하면 순간적으로 시원함을 느끼긴 하지만 체내 온도는 낮아져 혈액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반면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체내 냉기가 빠져나가 정상 체온으로 유지시켜 준다. 더위가 조금 수그러든 저녁 무렵 적당하게 운동을 하면 체온을 올리고 숙면을 취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열치열, 따뜻한 기운 담은 식품

1. 부추  여름 채소들은 대부분 찬 성질의 것이 많지만, 부추는 다르다. 따뜻한 성질의 채소로 위를 보호하고 신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마늘이나 생강, 고추 등과 더해 김치로 먹으면 이열치열의 효과를 더 얻을 수 있다. 

2. 마늘  평소 손발과 아랫배가 찬 사람이라면 냉방 기기에 자주 노출되는 여름은 정말 힘든 계절이다. 이때 마늘은 최고의 건강식품이 된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줘 체온을 유지하는 데 좋다. 

3. 오미자  단맛·신맛·매운맛·쓴맛·짠맛까지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는 따뜻한 성질로 냉방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여름철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 및 노화 예방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