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락경 사람에게 안 좋은 것은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이지만, 가장 무서운 건 성장촉진제에요. 요즘 닭을 키우는 사람들은 한 달 만에 1킬로그램을 만들어내요. 30일 만에 만들면 현상유지 되고, 29일 만에 만들어야 돈을 번다는 거예요. 그러니 사료에 성장촉진제를 얼마나 넣겠어요. 그런 고기를 임신 때 먹으면 아이가 뱃속에서 너무 빨리 커서 자연분만이 불가능해요. 태어나서도 보통 100일 만에 눈을 맞추고 20일 만에 귀가 들리거든요. 그래서 삼칠일까지 금줄 쳐놓고 왕래하지 못하게 한 거예요. 갓난아기는 배고프거나 춥거나 냄새에 예민하기 때문에 면역이 생기는 20일이 지나야 사람을 초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산부인과에서 나올 때 귀가 다 열려있대요. 성장촉진제를 먹고 태어났으니까 돌 안에 달음질하고 유치원 가기 전에 한글도 다 깨치고 수도 알아요. 그런데 그게 영특한 게 아니에요. 그만큼 빨리 크고 있는 것이고, 빨리 늙는 거예요. 성장촉진제가 가장 무서운 물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성장촉진제는 모든 채소 과일에 다 들어가요. ‘필수아미노산’이란 말을 많이 쓰잖아요. ‘필수’는 꼭 필요하다는 말이고, ‘아미노’는 식품첨가물이고, ‘산’은 신맛이잖아요. 이 세 가지가 다른 것인데 이걸 합쳐놓느라고 광고비가 얼마나 들어갔겠어요. 빵이든 과자든 비료나 사료에도 ‘필수아미노산’이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필수’라는 말에 속고 있는 거죠.

 

문성희 서구 영양학 개념이 다 그렇게 이뤄졌더라고요. 뭔지도 모르면서 필수아미노산이나 다섯 가지 식품군을 학교에서 배우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대규모 농업과 축산업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카터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니까 농업 축산업자들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니 우리나라에 무상으로 사료용 옥수수가루를 원조해주고, 제분회사도 만들어주고 밀가루와 빵 만드는 기계도 지원해주고 했던 거예요. 1970년대는 요리학원에 식용유, 설탕, 조미료, 밀가루를 거의 공짜로 주면서 요리사들이나 학교에 있는 영양사들을 부추겨서 먹게끔 한 거죠. 그래서 밀가루, 옥수수가루, 탈지분유 같은 것이 영양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던 적이 있어요. 무상원조를 해주고 그걸 먹인 뒤 분석해서 자료로 썼다니, 우리나라를 상대로 대규모 실험을 한 셈이죠. 미국에서 문맹자들에게 이런 체계를 주입하려다 보니까 다섯 영양소와 다섯 색깔로 분류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과는 달라요. 우리는 빛의 개념이고 생명의 개념인데, 서구 영양학은 조각낸 개념에 불과해요. 물질을 만들게 된 배경을 공기, 물 같이 생명이 나오기 시작한 것부터 생각하지 않는 서구 영양학으로는 해답이 없어요. 그 관점으로 보면 유기농도 탄수화물이고, 관행농으로 농약을 쳐도 똑같은 탄수화물인 거예요. ‘필수 영양소’라고 하지만 우리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임락경 스위스는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추운데 가보면 눈 속에서 풀이 자라요. 유럽 풀 종자를 갖다가 심어도 다 죽어요. 유럽 쪽은 축산이 잘 되고 우유가 많고, 고기를 먹게 돼 있어요.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가 고기나 우유를 소화시키고 좋아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고기나 우유를 먹어도 괜찮아요. 몇 천 년 동안 먹어왔으니까요. 그런 식단을 세계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죠. 우리에게는 전혀 맞지 않아요.